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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립-부 탄(Lip-Bu Tan)의 새 CEO 임명 및 배경
인텔은 2025년 3월 12일, 립-부 탄(Lip-Bu Tan)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3월 18일부터 공식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이는 팻 겔싱어(Pat Gelsinger)가 지난해 12월 이사회 결정으로 퇴출된 지 약 3개월 만에 이루어진 변화입니다.
탄은 임시 공동 CEO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진스너(David Zinsner)와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Michelle Johnston Holthaus)를 대신하게 됩니다. 이 소식은 인텔 주식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발표 후 장외 거래에서 주가가 약 12~13%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립-부 탄은 반도체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특히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Cadence Design Systems)의 CEO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재임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케이던스는 인텔을 포함한 주요 칩 설계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로, 탄은 이곳에서 회사의 매출을 두 배 이상 증가시키고 운영 마진을 크게 확대하며 성공적인 변혁을 이끌었습니다.
탄은 또한 인텔 이사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2022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이사로 재임했으나, 당시 경영진(특히 겔싱어)과의 의견 충돌로 인해 사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사임 이유는 인텔의 전략 방향, 특히 파운드리 사업과 비용 구조에 대한 이견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이번에 CEO로 복귀하며 이사회에도 다시 합류하게 되었고, 이는 그가 과거 이사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텔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탄의 배경은 단순히 경영 능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는 벤처 캐피털 회사인 월든 인터내셔널(Walden International)의 회장으로도 활동하며 반도체, AI, 디지털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왔습니다.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앰바렐라(Ambarella), 시나 코퍼레이션(Sina Corp.) 등 성공적인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그가 기술 트렌드와 시장요구를 읽는 안목을 가졌음을 입증합니다.
또한, 탄은 MIT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샌프란시스코 대학교에서 MBA를 받은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기술과 경영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임명은 인텔이 최근 몇 년간 겪은 혼란을 종결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탄의 임명은 단순한 인사 변경을 넘어 인텔의 구조적 전략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집니다.
그의 케이던스 시절 경험과 반도체 업계 내 폭넓은 네트워크는 인텔이 고객 중심의 혁신과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가 직면한 과제가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초기 행보와 전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2. 인텔의 최근 어려움과 변화
인텔은 지난 몇 년간 반도체 업계에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특히 팻 겔싱어의 4년 재임 기간(2021~2024)은 회사의 전성기를 되찾으려는 야심 찬 시도와 그에 따른 좌절로 점철되었습니다.
겔싱어는 2021년 취임 당시, 인텔을 자사 칩 제조뿐 아니라 타사 칩도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나, 결과적으로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졌습니다.
2024년 가을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 이후, 인텔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며 퀄컴(Qualcomm)과 같은 경쟁사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인텔의 어려움은 여러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첫째,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Nvidia)에 크게 뒤처진 점이 주요 원인입니다. 엔비디아는 GPU를 활용한 AI 가속 기술로 시장을 장악하며 2024년 주가가 171%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약 2조 7천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반면 인텔은 AI 칩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경쟁력을 잃었고, 2024년 11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에서 제외되어 엔비디아에 자리를 내주는 상징적인 굴욕을 겪었습니다.
인텔의 주가는 같은 해 60%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895억 달러로 축소되었습니다.
둘째, 파운드리 전략의 실행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도 문제였습니다. 겔싱어의 계획은 TSMC와 같은 글로벌 파운드리 리더와 경쟁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했으나, 단기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자본 지출이 현금 흐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했고, 일부는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하거나 제품 부문(서버 및 PC 칩)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실제로 Reuters 보도에 따르면,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을 공동 운영하기 위한 합작 투자(JV)를 논의 중이며,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Broadcom) 등 주요 고객사를 참여시키려는 초기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셋째, 경쟁사 AMD의 약진도 인텔에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AMD는 PC와 서버 프로세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인텔의 전통적인 강점을 위협했고, 인텔은 기술 개발 지연과 생산 문제로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여기에 경제적 요인과 계절적 수요 변동,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인텔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텔은 구조적 변화를 모색해 왔습니다. 겔싱어 퇴출 이후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 은행들과 협력하며 사업 구조 조정 방안을 검토했고, 파운드리 분사나 일부 사업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발표되지 않았으며, 립-부 탄의 취임이 이러한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탄은 과거 케이던스에서 조직 개편과 문화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어, 인텔에서도 유사한 변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텔의 최근 실적은 이러한 어려움을 잘 보여줍니다.
2025년 1월 발표된 실적에서 회사는 예상치를 상회하는 매출과 수익을 기록했으나, 약한 전망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진스너는 당시 계절적 요인, 경제 상황, 경쟁 심화, 그리고 고객의 재고 소진 과정을 이유로 들었고, 관세 문제 역시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인텔은 내부적 외부적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탄의 리더십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탄의 비전과 인텔의 미래
립-부 탄은 인텔의 새 CEO로서 회사의 회복과 성장을 이끌기 위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인텔 웹사이트에 게재된 성명에서 세 가지 전략적 방향을 강조했습니다.
첫째,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는 이를 배가시켜 우위를 확대하고,
둘째, 경쟁에서 뒤진 분야에서는 과감한 위험을 감수해 도약하며,
셋째, 진척이 느린 영역에서는 속도를 높일 방법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텔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단기적인 안정과 장기적인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탄의 비전은 그의 케이던스 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케이던스에서 그는 고객 중심의 혁신과 조직 문화를 재정립하며 회사를 성공 궤도에 올렸습니다. 인텔에서도 유사한 접근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제품 개발 속도 향상, AI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파운드리 사업의 안정화로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탄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전반에 걸친 깊은 이해와 업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텔의 고객 및 파트너와의 관계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프랭크 예리는 탄을 고객을 모든 일의 중심에 두고,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차별화된 설루션을 제공하며, 고성능 문화를 구축하는 혁신가로 묘사했습니다.
이는 탄이 인텔의 내부 운영 방식을 재정비하고, 직원들의 책임감과 실행력을 끌어올리려 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또한, 그의 투자자적 관점은 인텔이 주주 가치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주가 상승(임명 발표 후 12~13% 급등)으로 이미 초기 신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텔의 미래는 몇 가지 핵심 과제에 달려 있습니다.
첫째, AI 칩 시장에서의 반등이 필수적입니다.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탄은 인텔의 기존 강점인 CPU 기술과 새로운 AI 솔루션을 결합한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파운드리 사업의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탄은 겔싱어의 파운드리 비전을 유지할지, 아니면 분사나 합작 투자 같은 대안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Reuters에 따르면, TSMC와의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탄은 제품과 제조 사업을 함께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힌 바 있어, 그의 최종 결정이 주목됩니다.
셋째, 비용 관리와 재무 안정성도 큰 과제입니다. 인텔은 대규모 투자로 현금 흐름에 부담을 겪고 있으며, 탄은 이를 효율화하면서도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의 케이던스 시절 비용 구조 개선 실적은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외부 요인인 관세와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도 필요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 제조 강조 정책은 인텔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관세 불확실성은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텔은 탄의 취임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진스너는 CFO로, 홀트하우스는 제품 부문 책임자로 복귀하며 안정적인 경영진을 구성했고, 탄은 이들과 협력해 회사의 잠재력을 끌어내려할 것입니다.
현재 시가총액 895억 달러로 엔비디아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인텔이지만, 탄의 리더십 아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